사라진 사물들

이선구 Lee, Sun Gu

일반적으로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휴식을 찾는 곳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적인 장소 일 수도 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평온을 찾는 장소이다. 하지만 이런 평온의 장소 이면에는 마치 배신이라도 한 듯 ‘공간 안에서’ 라는 암묵적인 조건이 따라 붙는다.

혹자들은 이런 거래조건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오랜 시간에 반복되는 수많은 감각들에 의해 무감각해진 것이 아닌 것인지 혹은 수렵시대부터 모더니즘시대를 지나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이성적’이라는 범주 안에서 만들어진 규격화된 사회프레임을 대변하는 곳이 ‘평온’이라는 포장지에 포장되어 꾸준히 영향을 주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어쩌면 현재의 공간은 나에게 아름답게 포장된 헤테로토피아로 보여진다.

‘익숙한 장소’시리즈는 공간과 사물의 관계 사이 틈에서 나타난 작업들이다.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공간의 이면을 보여주기에서는 사물들은 불순물과 같이 느껴졌다. 시각적 흥미를 유발하여 공간이 주는 불안을 가려주는 역할로써 사물은 존재했고 이러한 사물의 면을 제거함으로써 공간과 사물과의 틈을 만들려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익숙한 장소-운천동’ 작업은 사물이 공간에 스며들도록 한 작업으로 전시제목처럼 사라졌다고 표현하였다. 이는 불순물과 같이 여긴 사물의 역할을 공간속으로 사라지도록 하였고, 이를 통해 공간의 성격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한 배경에는 전시공간이 확정되고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니 전시할 장소인 운천동은 특수한 장소라는 것을 느껴졌다. 거리의 대다수가 같은 평수의 비슷한 정육면체 구조, 비슷한 까페들. 이런 것들이 나에겐 답답함을 제공해주는 공간의 이면과 마주하는 지점이였다.


2021_0824 ▶ 2021_0829 / 월,공휴일 휴관
후원 / 충청북도_충북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B77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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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82.(0)43.902.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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