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유령

릴레이전 두번째 참여 작가 고정원, 장동욱 작가는 오래된 도시에서 흔한게 볼 수 있는 낡은 풍경과 오브제를 통해 다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하나의 소재에서 파생되어 서로 다른 언어와 제작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은 도시의 표피 속에 스며있는 침식된 시간의 겹과 한때의 부흥을 담고 있는 연민 그리고 아련함 등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현대사회의 소비의 과속화로 인해 부문별하게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던 고정원 작가는 <부유하는 사물들>은 크게는 시스템이나 언어 혹은 감정들, 작게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일회용 종이컵까지,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버려지는 것들은 작업의 재료로 사용된다. 무분별하게 인식되어지고 정의되는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러한 것들을 다양한 설치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에 부유하듯 버려진 사물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편집적 작업이 전시되며, 운천동에서 수집된 오브제에 ‘운천雲泉’ 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색상과 장동욱 작가의 그림에서 발췌한 비취색의 작업을 선보인다.

장동욱 작가는 유년기의 모호한 기억과 교차되는 풍경들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풍경들은 절정이 다소 지난간 곳들로 덩그러니 남겨져 잊혀지거나, 증발되길 기다리는 모호한 도시의 풍경과 사물들에서 발생한다. 누군가의 흔적이 남겨진 도시에서의 삶은 과거 문전성시하던 성수기의 관광객들이 들고난 자리에서 남겨진 기억의 잔해들을 반복적으로 학습하였던 관광지에서의 삶과도 닮아있다. 작가는 도시의 소멸되는 것들에 아련함을 감지하며 익숙하지 않은 도시의 횡적인 기억에 관심을 갖고, 사라져가는 시간들을 기록한다.

도시 유령
고정원, 장동욱
2021년 8월 31일 (화) – 9월 12일 (일)
B77 Gallery (흥덕로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