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 SCAPE

기획 홍덕은, 이재복
전시 2021년 10월 19일 ~ 24일
장소 B77 Gallery

오래된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 있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담장 위, 계단, 대문 앞에 줄지어 서있는 잘 가꾸어진 화분들의 풍경이다. 어디 하나 좋아보이는 것 없이 방치되고 낡기만 한 구도심 안에서도 그런 풍경들을 만날 때면 적어도 우울하지만은 않다. 고무다라이, 버려진 타이어는 식물을 담는 데 요긴한 그릇이 된다. 화분에 튼튼하게 잘 길러진 식물들의 생명력을 느끼고, 애써 가꾼 정성과 따스한 손길을 느낀다. 흔한 화초와 먹거리를 가꾸는 일상의 취미에서 시작한 화분살림이 누군가에게는 선물같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오래된 마을에서 발견한 아직 사라지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화분살림.
그리고 죽어가는 화분도 살려내는 마법같은 손길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이다.

식물을 가꾸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많은 정성이 깃든 일이다. 시시때때 변하는 기후 환경과 계절에 맞추어 물을 주고, 흙을 얹어주고, 씨를 뿌리고, 마른 가지를 정리한다. 뙤약볕에 상하지 않게 천막을 씌우고, 서리가 내리면 서둘러 화분을 실내로 옮긴다. 식물도 이에 보답하듯 잠재력을 발휘하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자연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우리는 주고 받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화분살림이야말로 사람과 자연 사이의 건강한 균형이 만들어 낸 협력적 창작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정원과 그 문화는 남겨진 자료나 관련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삶의 주변에서 너무 흔히 만나는 일상적 풍경이어서 기록에 대상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도시 구석구석은 유명한 정원사도 아닌 그냥 동네 주민들의 손에서 지금도 아름답게 가꾸어지고 있다. 작은 화분들로 꾸려진 정원일지라도 도시 생활의 피로에 대항하고 자연세계와 접촉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요구에 순응하는 힘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또한, 그들이 만들어 낸 소풍경으로부터 이웃과 소통과 나눔이 시작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일상 속 삶의 문화일 것이라고 답해본다.

<팟스케이프> 전시는 우리 지역 구도심 주민의 일상적 문화와 소통의 매개로써 화분살림과 도시정원에 주목하였다. 어쩌면 도시민들이 살아감에 있어 꽤나 중요한 부분이지만 기록되지 않는 일상적 풍경인 도시 미시사를 찾아 기록해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두기도 했다. 전시를 통해 무심결에 지나쳤던 주변의 건강하고 매력적인 풍경을 마주해볼 수 있길, 아름답고 풍요로운 화분살림이 오래도록 남아있길 바래본다.